대학원 공부노트
1980년대 중국 항공사: J-8II Finback-B 본문
Shenyang J-8II Finback-B
1960년대 중반부터 설계에 들어가 1969년에 초도비행을 실시한 J-8은 1976년에 마오쩌둥이 물러나면서 종결된 문화 대혁명으로 1980년대에 와서야 극초기형이 일선 부대에서 운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에 등장했지만 1960년대 기술로 제작된 J-8은 등장하자 마자 구식이 되어버렸다. 물론, 1981년 4월 24일, 항전장비를 개선한 J-8I가 초도비행을 마쳤지만 이마저도 인민해방공군이 요구한 성능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탐지거리가 길고 감도가 좋은 레이더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대형 레이더가 필요했고 이를 수납하기 위해선 공기 흡입구가 기존의 MiG-21과 같은 노즈 인테이크가 아닌 측면으로 옮겨져야만 했는데, 당시 중국 기술진들에게는 이런 새로운 형상에 대한 실험 데이터가 전무하였다[JK1] [JK2] [JK3]. 게다가 당시 J-8에 탑재된 레이더는 중국이 베트남에 추락한 F-105D 잔해를 어렵사리 구해오는 과정에서 노획한 NASAAR R-14A 레이더를 역설계하여 제작한 SR-4 레이더였다. 문제는 레이더 제작에 필요한 트랜지스터와 집적 회로 개발 능력이 부족하여 원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성능 때문에 공군은 크게 실망하였다. (15 km 떨어진 물체를 간신히 조준할 수 있었다.) 즉, 중국은 측면 공기 흡입구는 치차 하고 레이더 개발에서부터 상당한 인력과 예산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PL-4 중거리 미사일도 장착될 예정이었으나 70년대 문화 대혁명으로 제대로 개발이 진행되지 못하다 보니 1985년에는 미사일 무장이 아예 취소되었으나 나중에 기술적으로 보다 간단한 적외선 유도 단거리 미사일 PL-2 2대가 장착된다. 그래도 J-8은 몇 안 되는 장점인 고속 비행과 고고도 상승 능력을 살려 JZ-8이라는 정찰기로만 소규모 운용되었다.
한편, 1982년 6월 9일 레바논 북동부 베카 계곡에서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대규모 공중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단 한대의 F-4 Phantom II을 잃은 채 86대의 시리아 전투기를 격추한 이스라엘 공군의 완벽한 승리였다. (이때 추락한 한 대의 팬텀마저도 공중전에서 격추된 것이 아니라 SEAD 임무 중 지상의 대공포에 맞아 격추된 것이었다.) 이날 벌어진 전쟁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학살이었으며 수적으로 열세하더라도 3세대 전투기는 4세대 전투기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제는 4세대 전투기의 시대가 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베카 계곡 공중전에 투입된 시리아 공군의 기체들이 J-8과 비슷하거나 좀 더 우수한 3세대 전투기였다는 점에서 중국을 경악에 빠트리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1980년대 중국이 겨우 3세대 전투기를 등장시킬 무렵, 중국 주변의 동북아시아 국가들 역시 하나둘 4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는 중이었다. 우선,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신형 전투기 도입이 어려워진 대만은 1982년부터 독자적인 4세대 전투기 개발에 들어갔다. 그리고 일본은 Peace Eagle 사업으로 F-15J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대만처럼 4세대 전투기 독자개발을 검토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한국도 독자개발은 아니더라도 Peace Bridge 사업으로 F-16을 도입하면서 4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는 중이었다. 참고로, 우방국들에게 4세대 전투기를 판매하고 있던 미국은 로우급으로 F-16을 하이급으로 F-15 배치를 완료하였고 스텔스 전투기 F-117 개발 이후 5세대 전투기를 구상하는 중이었다.
이에 1985년 중국은 미국 기술로 J-8II을 개조해달라는 의사를 밝힌다. 그렇게 1986년 10월에 미국은 중국에게 약 5억 원 규모의 55대 규모의 생산형 설비와 4대의 원형기를 제공한다는 Peace Pearl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다. 중국의 J-8II를 개선할 제작사는 Grumman이 선정되었고 이에 따라 레이더는 AN/APG-66(V) 펄스 도플러 레이더가 장착될 것이었으며 AIM-7M 스패로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최신형의 General Electric의 F404 엔진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그리고 미국 기술진들이 기체를 개조할 수 있도록 2대의 J-8과 실물 모형 1대가 1989년 1월, 중국에 착륙한 C-5 Galaxy 수송기에 실려 미국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Peace Pearl 프로그램은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로 물거품이 되었다.
결국, 중국은 스스로 J-8II의 항전장비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우선 대형의 고출력 레이더를 수납하기 위해 공기 흡입구는 측면으로 옮겨져 흡사 서방의 F-4 Phantom II나 소련의 Su-15 Flagon과 흡사했다. 엔진은 소련의 R-13-300 엔진을 모방하여 제작한 WP-13A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쌍발 엔진의 J-8I가 가진 추력 비대칭에 따른 불안정성을 해결하고자 기존에 기체 후방 하부에 있는 자그마한 2개의 밴트럴 핀을 하나의 대형 밴트럴 핀으로 교체하였다. 당연히 거대해진 기체 하부의 밴트럴 핀은 이착륙 시에는 옆으로 접어져 지면에 닿지 않게끔 설계되었다. 그리고 J-8II의 전체적인 외형을 바꾸게 만든 주원인이었던 레이더는 원래 서방의 AN/APG-66(V) 펄스 도플러 레이더 대신 소련제 레이더를 모방하여 만든 SL-5A 사격통제 레이더를 탑재하게 된다. 물론, 해당 레이더는 J-8I에 비하면 탐지거리가 2배 이상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가시거리 밖을 탐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룩다운/슛다운 공격 능력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3세대 전투기라 하기엔 민망한 성능을 가진 기체였다. 그러나 J-8II은 1990년대까지 다양한 개량을 받으며 진정한 3세대 전투기로 다시 태어난다.
한편, 1988년에 J-8II 한 대는 지금까지 비행 데이터 수집 용도로 사용하고 있던 낡은 J-6 기반의 FBW 기술 시범기를 교체하기 위해 J-8 ACT로 개조된다. 개조된 J-8 ACT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해 플라이-바이-와이어 테스트베드로 활용되었다. 외형을 보면 동체는 전보다 짧아졌고 측면 공기 흡입구 옆에는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처럼 카나드익이 붙여졌다. 그리고 J-8 ACT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훗날 중국이 J-10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추가 내용]
1983년 4월 이집트 대통령 무자비크는 중국을 방문하였다. 이집트와 한층 사이가 가까워진 중국은 다시 한번 이집트의 도움을 받아 중국이 1960년대에 그토록 원했던 동시에 J-8의 목표이기도 했던 MiG-23 전투기 한 대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이때 중국은 MiG-23의 가변익보다는 측면 공기 흡입구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MiG-23에 탑재된 Tumansky R-29 터보제트 엔진을 확보하면서 WP-15 엔진을 제작해낸다. 그러나 WP-15 엔진은 추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발생하여 함께 개발 중이었던 J-13 개발의 발목을 잡고 만다. 결국, WP-15 엔진은 J-13 전투기와 함께 조용히 사라졌다.
대신 1980년대에 중국은 민항기 엔진을 교체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으로부터 CFM56 엔진을 도입하는 데 성공한다. CFM56 엔진은 현재에도 B737 여객기에 사용되며 B-1B 폭격기에 들어가는 F101 엔진의 근간이 되는 엔진일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가져 중국 입장에서는 대단한 횡재였다. 물론, 미국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중국을 대소련 포위망의 일환으로 사용하면 적절하겠다는 판단 하에 CFM56 수출을 승인한 것이었다. 즉, 아무리 민항기용 제트 엔진이라지만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엔진을 미국이 중국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그리고 1970년대까지 터보팬 엔진을 독자적으로 제작할 기술이 없어 MiG-21에 탑재된 R-11 터보제트 엔진을 사용해왔던 중국은 곧바로 CFM56 엔진을 바탕으로 훗날 AL-31F를 역설계해 WS-10 터보팬 엔진을 개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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